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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 돌창고 프로젝트와 창조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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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의 Arts & Money

김선영 교수

서구에서는 1970년대를 지나면서 국가경제의 중심적 역할을 하던 공업도시가 몰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산업화의 시대적 조류가 지나간 도시들마다 대량실업과 함께 쇠락하고 파괴된 건물들이 버려지듯 남겨지며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플로리다(Richard Florida)와 랜드리(Charles Landry) 등은 창조인력을 중심으로 한 도시경제의 구조적 전환을 주장했다. 창조인력의 유입과 활발한 활동으로 도시를 살려보자는 이른바 창조도시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화의 후유증을 앓으며 재생의 손길을 기다리는 도시들이 산재해 있다. 물론 이 중에는 현재 도시재생이 진행되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도시들보다 더 안타까운 건 산업화의 물결에서 소외되었던 농어촌 지역이다.

도시로 인구가 유출되면서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노년층들만이 남아 지키고 있는 곳이 부지기수다.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은 미비하고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군 또한 다양하지 않다.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건 물론이다. 그러다 보니 청년을 중심으로 한 창조인력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경남 남해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위치해 있어 경치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독일마을을 비롯해 남해유배문학관, 원예예술촌, 다랭이마을, 보리암 등 유명 관광지도 여럿 분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도 일자리와 문화 인프라 사정은 여느 지역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청년인구 유출 등으로 인구가 줄면서 과거 읍면 단위로 촘촘히 있던 초등학교들이 줄줄이 폐교되었다. 버려진 채 방치되고 있는 유휴시설도 상당수다. 반면 문화시설은 거의 없어 공연과 전시를 감상하려면 인근 지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돌창고프로젝트는 이런 지역의 문제를 젊은이들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시골에서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경제활동을 해보자”며 도예가 김영호와 문화기획자 최승용이 뜻을 모았다. 지어진 지 50년이 넘은 허름한 돌창고에 사람들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양곡과 비료 따위를 보관하는 창고로 쓰였던 돌창고는 두 사람의 손에 의해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미술전시를 비롯해 음악 공연, 영화 상영, 프리마켓 등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열리면서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현재는 매달 2000여명에 이르는 관람객이 다녀가는 명소가 되었다. 아울러 10여팀의 청년들이 남해로 이주해 올 정도로 귀농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기도 하다.

돌창고프로젝트는 기획자, 작가, 주민이 함께 지역의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역의 청년을 중심으로 주민들 각자가 문화의 공급자이자 수요자 역할을 하도록 돕는 허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과와 별도로 돌창고는 경남근대문화유산과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두 청년이 지역에서 문화예술로 살아가는 방안으로서 돌창고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내세운 4가지 미션을 되도록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다. 첫째, 돌창고를 보존하고 재생한다. 둘째, 기회를 얻지 못한 창작자에게 작품활동 공간을 제공한다. 셋째, 보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의 문화예술 접근 기회를 구현한다. 넷째, 이와 같은 가치에 공감하는 공동체와 적극 협력한다.

창조인력의 유입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창조인력이 되는 것! 돌창고프로젝트는 지역이 창조도시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김선영 홍익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ㆍ전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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