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ease
남해에 가면 돌로 벽을 쌓아 올린 창고, 그러니까 돌창고가 있다. 물론 전국 어디를 가도 돌창고류의 건물은 만날 수 있다. 다만 남해의 돌창고가 유별난(?) 것은 이곳에 최근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검색하면 감각적인 인증샷부터 다녀간 후기들이 넘쳐난다. 과연 남해 돌창고만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여름, 도자기를 빚던 도예가와 젊은 층이 도시로만 나가는 것을 답답해 한 문화기획자가 뜻을 모았다. 남해 서면과 삼동면의 50년이 훌쩍 넘은 허름한 돌창고에 터를 잡으며 ‘돌창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실 이들에게 돌창고는 매력적인 곳,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많은 이와 문화를 공유할 ‘공간’이 필요했고, 그 뜻에 잘 맞는 곳을 찾다 돌창고가 눈에 들어왔다. 돌창고가 살아 있는 남해의 역사 중 일부라는 점을 함께 살리고 싶은 마음도 같이였다.
그게 신의 한수였다. 시작은 화가 김정수의 그림과 작가 김영호의 설치미술이었다. 문화예술과 거리가 멀 것 같던 시골, 그 가운데 창고로만 쓰이던 곳이 전시 공간으로 바뀌는 모습에 궁금함과 새로움, 색다름 등의 관심이 생겨났다. 이후 6년 여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미술 전시, 음악 공연, 영화 상영, 프리 마켓 등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문화가 소외된 곳에서 문화와 함께 살 수 있는 곳으로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돌창고 두 곳을 넘어, 마을회관도 매입해 게스트하우스 겸 책방으로 운영하고 있다. 남해 주민들에 그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시나브로 도시민들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 문화 인프라 부족에 대한 안타까움과 공존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어쩌면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모양새인 셈이다.

돌창고 프로젝트는 요즘 나무에 관심을 두고 있다. ‘보호수, 와: 남해 보호수 프로젝트’라는 전시를 돌창고는 물론 남해 곳곳의 보호수가 있는 마을에서 진행 중이다. 10년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해 3년째를 맞고 있다. 올해는 돌창고와 남해각, 두모마을 등 보호수가 있는 장소와, 앵강다숲 등 31그루의 보호수 정보를 전하는 보호수 여행센터를 조성했다. 나비가 날개를 펼친 듯한 남해의 모양을 지도로 만들어 보호수 위치를 곳곳에 그려 넣었다. 마치 여행 가이드북처럼 실제로 여행자가 찾아가기 쉽게 만들었다.

“도시의 품격은 책방,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에서 나오는데 그러한 공간이 남해에 필요합니다. 그래서 돌창고는 영원한 미완성입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돌창고의 미래에 대한 설명이다. ‘영원한 미완성’이란 부분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언뜻 미완성이 완성보다 나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문화는 완성이란 것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현답’이라고도 여겨진다. 한 가지 바람은 돌창고의 기운이 여기저기로 퍼졌으면 좋겠다. 아직도 곳곳에 폐학교, 폐기차역, 폐공장 등이 돌창고처럼 환골탈태하길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장주영 기자
기사원문보기